“너만이라도 ‘금안의 짐승’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면.” 불길에 휩싸인 방안은 붉고 뜨거웠다. 말그대로 얼굴 반짝이 녹아내린 어머니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의 모든 신경은 그저 나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양, 이상하리만큼 결연하기만 한 얼굴이었다. 늘 무뚝뚝했던 그 사람은 나에게 처음으로 부드러운 반쪽짜리 미소를 보여주며 나를 약하게 안아주...
여행, travel 드넓은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간다. 착륙을 하는지 막 이륙을 하는지 지상에 부딪치리만큼 가까운 높이다. 비행기의 그림자에 드리워 그 배와 날개를 지켜보는 나는 생각한다. 나도 저 어딘가로 향해야 할 것 같다고. 아주 어린 날의 일이다. 가벼운 에코백에 들어있는 것은 여권과 휴대폰이 전부다. 디지털화된 세상에 그의 모든 재화와 정보는 작...
깊은 산속을 헤매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너무 작아서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무언가 쉬익쉬익하고 숨을 거칠게 내쉬는 듯했다. 혹시나 산의 관리인일까 반가움에 그쪽으로 다가가니 내가 얼마나 큰 착각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상식적으로 사람이라면 한밤중에 산을 타고 있지는 않겠지. 본인처럼 말이다. 그 소리의 ...
그것은 그의 실수다. 그는 충분히 아이를 아기침대에 누일 수 있었고 그 정도로 깨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잠들었다. 아이를 옆에 두고. 아이는 제 아비에게 짓눌려 숨이 막혀 죽었다. 그는 울음소리도 아이의 심장이 멈추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 애가 죽은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느낀 것은 이물감이다. 부드러우면서 단단하고 따뜻한...
인류는 오랫동안 용의 비늘과 각질을 이용해 살아갔다. 몇백년 전 용에게 처음 상처를 낸 이후 용의 피와 살은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다. 용의 피는 정제하고 굳혀 집을 짓는 재료로 사용했고 살은 훌륭한 식량이 되어 주었다. 태초의 어머니에게서 나온 형제자매들은 각자 자기 가족을 꾸려나가며 부족을 꾸리고 성장해나갔다. 그 부족의 명칭은 그들의 부모가...
대략 천년 전.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의 육지 위에 살았다. 육지에는 인간뿐 아니라 다른 종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자연’은 조화로웠고 인간을 비롯한 동물과 ‘식물’은 순환하며 영원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이게도 그들의 평안과 번성을 위해 땅의 모든 걸 착취하며 생명을 깎아내고 자연을 더럽혔다. 이에 분노한 신은 인간이 발을 붙일 수 있는 ...
우리는 학교 앞에 흐르는 강에 자주 데이트를 갔다. 그곳은 사람이 잘 오지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개발인지 무엇인지 하는 걸로 새까맣게 변해버린 강에 수만의 물고기가 떠오르고 악취가 나기 시작한 후로는 단 한 명도 굳이 찾아서 그 강을 나들이하지는 않았다. 현재 강은 복원중에 있다. 과제로 학교 근처를 탐방하던 희가 처음 발견했다. 새까만 색은 녹색으로 보...
9시는 넘어간지 오래고 그의 휴대폰에는 동기들의 걱정 어린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진동음이 무색하게도 그는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연인의 품에 안겨 평생을 보낸다 해도 상관없었다. 사실 그걸 오히려 바라고 있었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그의 연인은 다정한 말투로 그를 토닥이며 말했다. “벌써부터 자체휴강하면 어떡해. 그리고 ...
한가로운 저녁. 너는 사과를 자르다 손가락을 베었다. 피가 뚝뚝 흐르는데도 너는 아무렇지 않아 하며 휴지 몇 장을 가져다가 스스로 지혈했다. 내가 피가 너무 많이 나는 거 아니냐 물으니 너는 괜찮다고 했다. 너는 잠들 때까지 손가락에 휴지를 둘둘 말고 있었고 그건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너는 이렇게 말했다. 한물간 예능프로를 틀어놓고 나는 네 무릎을 베고...
유담의 가게에서 발견한 ‘용담설화’는 무당의 것과 제법 비슷했다. 차이라면 세부적인 내용이 추가된 것 정도이다. 그 ‘세부적인 내용’은 당사자만 알법한, 사소하고 주관적인 묘사로 가득 차있다. 아주 옛날 한 고을에 자매가 살고 있었는데, 둘 다 부모는 없고 고아인 신세라 서로를 가족 삼고 서로 의지한 채 고을의 잡다한 일을 맡아가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
무당의 약은 그로 만들어진 것이다. 죽음에서 되돌아오려는 그 육체를 꽃이 피기 전에 토막내어 끓는 물에 달이고 졸인 것이 그것이다. 꽃이 죽음에서 나오는 영양분을 소화하기 전에 빼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가 죽어버린 상태로 물에 넣으면 허사였기에 그는 살아있을 때 끓는 물에 들어가야 했다. 쇼크로 마비 상태는 만들되 죽지 않을 정도만 신경에 충격을 가하...
영원은 그 얼굴을 알아보자마자 뒷걸음질쳤다. 그걸 못 볼 이가 아닌 게 유감이었다. 그는 실핏줄이 터져 새빨갛게 출혈된 눈으로 번뜩이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은 비슷한 색인 사이렌보다 더 직접적인 방법으로 그에게 위험을 알렸다. 영원이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면 관리는 3척씩 축지법을 쓰는 것마냥 귀신같이 다가왔다. 실제로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영원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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