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오드롭을 연속으로 다섯 번 탔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동백은 어지로운 머리를 부여잡지도 못하고 축 늘어트린채 생각했다. 눈 앞이 희뿌연게 마치 안개 속에 들어온 것같았다. 멍하니 눈만 껌벅거리던 그가 처음 인식한 것은 덜컹거리는 소음이었다. 차안이구나. 내가 뭘 하고있었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통이 안개를 걷어냈다. 동백은 자신이 차창에 머리...
“사는 건 죽는 것보다 끔찍하다지. 그것들 다 살아남은 걸 저주하며 생살이 뜯어먹혔으면 좋겠어. 팔다리를-” 해와 달이 교차하는 새벽, 남운은 속에 들어찬 감정을 폭력적인 언어로 내뱉는다. 동백은 이 레퍼토리에 익숙해졌다. 감상적일 때이기는 하지. 동백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운의 말에 집중하기보다는 노트북에 뜬 ...
여름이다. 눅진한 공기가 뜨거운 햇살에 섞여 수증기로 피어올랐고, 일렁이는 배경이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남운은 땀이 주륵 흘러내리는 걸 거칠게 닦아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찜통 속에 그늘도 좋은 피난처는 되어주지않았다. 그는 구름 하나 없는 푸른 하늘에서 눈을 떼고 숨을 몰아쉬며 계단에 걸터앉아있는 동백을 쳐다보았다. 창백한 얼굴에 흐르...
“뭐 나라고 죄책감이 없는 건 아냐 그 인간들도 살고싶었겠지. 그런데 이해한다고 우리 엄마가 살아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속이라도 시원하게 다 죽여버리는게 낫지. 그리고-” 남운은 혼자라 못했던 말을 전부 쏟아낼 작정인지 입을 다물지 않았다. 교복 셔츠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하나로 묶은 머리. 한손에는 도끼를 들고 검은색으로 굳은 피가 그의 옷 절반...
[여보세요?] [누구-동백? 뭐야 너 지금 어디야] [난 기지국에 있어, 이번에 알게된 미친 여자가 반드시 전화를 써야한다고 난리를 쳐서.(들려요) 통화 되는 걸보니 가까운 데같은데. 잠시만 지도 찾아볼게] 전화는 허무하게 끊겼다. 통신조차 끊어져 다시 걸수도 없게되어버렸다. 복도에서는 희미한 희망마저 끊겨 울부짖는 소리가 울렸다. 동백은 다시 가야할 목표...
“오늘 붕대를 푼다면서요. 축하해요.” 서현은 익숙해보이는 몸짓으로 무기와 가방을 챙기며 말했다. 아침 대신 사과 주스를 마시던 동백은 입에 물고 있던 빨대를 놓고 물었다. “어디 나가요?” “네, 병원비대신 주변을 정찰하면서 먹을 걸 구해오고 있죠.” 한 달동안 그것들이 얼마나 늘었는지 하루에 몇 십마리는 마주치는 것같다고 덧붙이는 서현에게 동백은 약간 ...
젠장, 줄이 끊어졌잖아.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이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고있을즈음 동백은 그것들이 다가오는 걸 발견했다. 차가 달리는 소리가 있으니 몰릴수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산 하나를 메울 정도의 숫자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고있는 것을 봐버린 동백은 입을 벌리고 할 수 있는 말을 찾아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와우.” “갑자기 ...
우리 계속 볼수있는거지? 그럼 , 내 연락처있잖아. 그래도 확실하게 말해줘. 뭐라고 해줄까. 우린- 바닥으로 떨어진 라디오가 산산조각나며 엇나간 기계음을 냈다. 초점이 풀린 눈으로 점장은 한탄에 가까운 혼잣말을 내뱉었다. “우린 다 죽을거야, 굶어죽거나, 뜯어먹히거나..다 죽을거라고!” “아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당신만 불안해요?” 점장은 처음으로 자신에...
시체 냄새는 지독하다. 그는 집에 있는 모든 가구와 물건을 버려야했다. 한바탕 그것들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에 진득한 악취가 남았다. 서현은 그가 손보던 차가 멀쩡히 그 자리에 서있는 것에 안도했다. 배려심없게도 사람들이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사라져버려, 서현은 운전대를 몇 번이고 돌려야했다. 엔진소리가 조용한 도시를 울렸음에도, 그것들은 몰려들기는...
“화장실 쓸건데 좀 나가면 안돼요? 뭘 보고있는거에요?” “구더기가 들어올까봐요.” “하, 겨우 그런 이유에요? 여자들이란. 이 정도면 되게 깔끔한 편이에요. 구더기라니. 그 쪽이 여자화장실을 못 가봐서 그러는데-” 환영은 옆에서 시끄럽고 장황하게 떠드는 남자에 대충 끄덕여주었다. 아침이 밝아서도 그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환영은 그 앞을 떠날 수 없었...
“이 난리통에 서울에 가니?” 중년 여성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걱정이 그득한 그 눈길에 서현이 동백을 흘겨보았다. 동백은 뭐 어쩌라는 뜻으로 그를 째려봐주었다. “이 문자는 언제 온거니?” "어-이틀 전이요” 메시지 문단 위에 날짜를 확인한 동백이 답했다. 그에 여자의 눈가는 더 깊게 패였다. 동백은 저 표정을 알고 있다. 제가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서현은 왜 집구석에 있는지모를 커다란 오함마를 꺼내 쥐어주며 말했다. “너무 위험하다 싶을 순간에만 휘둘러요.” 이건 무슨 말이지. 그게 보이면 어차피 넌 안될테니까 냅다 달리기나 하라는건가. 불만스럽게 무겁기도 굉장히 무거운 무기를 든 동백은 길지않은 시간 뒤에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게 뭐야.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들을 5미터 밖에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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