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홀로 그 죄책감을 견딜수 없음을 알았다. 그렇기에- 서현은 동백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동백은 말해달라는 한 마디 했을 뿐이었다. 구구절절 길고 장황한 문장을 동백은 아무 말도 하지않고 들었다. 서현은 마지막즈음에 결국 울어버렸다. 자신은 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동백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사랑...
좋아해. 나도 널 좋아해. 넌 내 유일한 친구야. 환영은 익숙한 짜증이 치미는 걸 느꼈다. 밖에선 사람이었던 괴물들이 돌아다니고 몇 번을 죽을 뻔했는데도 이런 건 변하지가 않았다. 서아의 옆에서 뻔한 수작질을 하며 히히덕대는 남자를 저 밖으로 던져버리는 상상을 하며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는 첫날 그것들을 피해 자신이 얼마나 ‘훌륭하게’...
그는 자신을 바라보던 눈동자를 기억했다. 그 눈에 비친 자신의 눈동자도, 그 눈에 온전한 애정만이 깃들었던 날이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된 것은 결국 그 애정때문이었다. 그 애정은 저를 살렸고, 나머지 전부를 죽게했다. 언젠가의 그는 제 연인이었던 사람의 목소리에 늘어붙어있던 한 줌의 애정을 기억했다. 그는 그걸 혐오했고, 거부했고, 가차없이 떠나버렸다. ...
경서가 어딘지도 모르고 문을 연 곳은 남자화장실이었다.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자가 그를 보고 놀라 담배를 떨어뜨리고 무어라 말하려했지만(아마 여기는 남자화장실이에요 같은 당연한 말) 경서를 따라 들어오는 그것에 입을 다물었다. 남자의 눈앞에서 그것이 경서에게 달려들자 남자는 반사적으로 다가가 그것을 경서에게서 떼어냈다. 상황을 모르는 남자는 그것에게 지...
동백은 오히려 서현이 한번 달려든 후로 그가 자신을 해치진 않을걸 알았는지 경계가 옅어졌다. 도끼는 돌려받지 못했지만. 서현은 그제야 본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세한건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이 사태에서 보호받기 위해선 서쪽 끝, 해남을 따라 진도로 가야 한다고 했다. 훈련받은 군부대가 거기 있다고.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 알고있어요?” 서현은 어쩐지 ...
“밤 되니까 춥네요.” “...” 동백은 서현이 말이 너무 많은게 아닌가 생각중이다. 이름에 나이, 직업, 가족, 대학에 오니 자기 예전 꿈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까지 입을 다물 생각이 없는 서현에 동백은 기운이 빠졌다. 한편 서현은 동백의 경계심을 풀고자 일부러 개인사까지 꺼냈으나 여전히 그의 이름조차 듣지못해 오기가 생길 지경이었다. 서현은 눈을 느리게 깜...
몸을 던져 책상 뒤로 몸을 숨긴 서현은 펑-하고 터져나오는 굉음과 함께 올라오르는 열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나의 우리에 당신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잠깐 화장실을 들리려고 이 건물에 들어온 것 뿐이다. 이 학교 학생은커녕 대학생도 아니었지만, 생리현상은 해결해야하지 않겠는가. 볼일을 마치고 시원하게 나오는데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아무래도 세상이 망한 모양이다. 동백이 베란다 창문 너머를 보고 처음 내뱉은 감상이다. 처음에는 무슨 행사로 술래잡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쫒아가던 여성이 도망치던 남성의 어깨를 그대로 물고 팔 한 쪽을 뜯어버리는 걸 보아버렸다. 화려하게 튀는 핏줄기가 회색 콘크리트 바닥을 장식했다.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고 푸르고 맑은 하늘과 대조되는 빨간...
왜 교수님은 시험기간에 과제마감을 걸어놓는 걸까. 물론 학기 초에 알려준 과제였긴 하지만, 어차피 닥쳐서 할 걸 다년간의 경험으로 깨달을 시기도 되시지 않았나? 밝은 조명 아래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관람하던 환영은 생각했다. 감상문을 위해 급하게 찾아본 연극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와야했다. 찌는듯한 더위와 쨍한 햇빛에서 30분동안 버스를 기다리고, 시...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정독하고 나온 유정과 현우는 카페에서 주인공의 도덕적 가치관과 악역의 신념, 그리고 작가의 캐붕에 대한 심오한 토론을 벌였다. 유정이 말 할 때마다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경청하던 현우는 카페 구석의 익숙한 뒤통수를 발견했다. “그래서 이때 주인공이 이 사람을 두고 간건 그전까지 보였던 행동이랑 말이 안맞다니까요..제...
“와 미쳤네요” “아직 아무말도 안했어요” “알아요, 그냥 빨리 들어가고싶어서 그래요” 유정은 등뒤로 현우를 치며 눈치를 줬으나 현우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주연은 이를 으득 갈며 사람 하나 죽일 표정으로 말을 시작했다. 현우는 혹시 그가 이미 수영을 죽이고 묻고 온건 아닌가 추측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을 없었다고 했다. “물건 던지기 시작한 ...
“수영씨, 내 드라이기 썼어요?” 평화로운 저녁,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며 화장실에서 나온 주연이 말했다. 한 손에는 연기가 나는 드라이기를 들고 있었다. 부엌에서 비빔밤을 만들어먹던 유정은 조용히 눈치를 보았다. 이 레퍼토리가 너무 뻔했다. 옆에서 유정의 비빔밥을 한 숟가락씩 뺏어먹던 현우는 작게 한숨 쉬고는 슬그머니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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