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그의 나이 스무살,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하루 열여섯 시간 삼 년을 바쳐 얻은 대학 합격서는 그대로 휴짓조각이 되었다. 길어야 오 개월이라는 의사의 예상을 깨고 그는 일 년을 더 버텼다. 병원의 하얀색, 바늘을 하도 꽂아 팔의 핏줄이 터져 퍼렇게 멍이 든 팔, 먹으면 다섯 번에 세 번은 구역질이 올라오는 약, 점점 줄어드는 친구들의 연락에 익숙해졌다...
용담(龍膽), 용담설화는 이렇다. 몇백 년 전,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땅에서 맺은 인연을 신으로 만들고 그 죄로 하늘에 다시 올라가지 못하고 땅에서 썩어버렸다. 이후 백 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용을 잡아먹고 자란 풀과 나무는 쑥쑥 자라 몇 백년 묵은 나무나 꽃들보다 번창했고, 전부 약재로 쓸 수 있을만큼 효능이 좋고 신비로운 힘을 지녔다, 그중에도 무려 ...
“절벽에 핀 용담을 가져와, 너는 눈이 좋으니. 충분히 찾을 수 있겠지.” 형님은 집에 하나뿐인 낡은 초롱을 제게 들려주며 말했다. 집 앞마당은 밝고 소란스러웠다. 마을 사람들 전부가 모인 것 같았다. 들어오라는 허락도 구하지 않고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왔다. “자, 어서 가. 꽃을 찾을 때까지 돌아올 생각 말아. 가면서 뒤돌아보지도 말고.” “-형...
자, 여기에 인간 둘과 임신해 새끼를 배고있는 돼지 한 마리가 있다. 인간 둘은 몇 일째 물 한모금 마시지못한 굶주린 상태이지만, 돼지는 포동포동 예쁘게 살이 올라있다. 인간 A는 말한다. “당장 이 돼지 배를 가르자. 저 살 좀 봐. 잘하면 한 달도 버틸 수 있을거야. 망할 겨울이니까.” 이 말에 인간 B는 반색하며 말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쟤...
사람으로만 가득 찬 차안은 숨막히고 불쾌한 악취로 가득했다.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건지 덜덜 떠는 사람, 계속 기침을 하며 성가시게 구는 사람, 주변을 슥 둘러보던 백은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주체되지 않는 몸떨림, 부릅 뜬 눈은 새빨갰고 동공은 야행성 동물처럼 확장되어 있었다. 울긋불긋 돋아있는 얼굴의 핏줄까지. 이 모든 사실은 하나의 결론으로 돌출되었...
군용차 안에는 군인들 말을 귓등으로 들은 젊고 건강한 남자들이 겹겹이 쌓여 들어갈 공간따윈 없었다. 악취와 땀냄새로 가득 찬 고깃덩이 테트리스에 현은 간신히 백을 끼워넣었다. 본의아니게 커다란 살덩이들 사이 밀어넣어진 백은 작은 얼굴의 모든 근육을 끌어모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저를 만지작대는 축축한 손을 잡고 손가락을 꺾었다. 아악! 비명소리와 욕지거...
아, 쓸모는 없지만 귀여운 내 동생, 어디로 간거니. 현은 소리없이 울었다. 작고 마르고 힘도 약한 허연 애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저보다 눈높이가 있고 이제 성인인 나이였지만 그는 제 동생이었다. 그리고 손목도 발목도 그냥 목도 가느다란 젓가락같은 인간이었다. 잔뜩 덜렁거려서 넘어지기도 잘하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이 곱게 키워진 애라 혼자 두면 그것들에게...
와 개예뻐. 첫인상으로는 너무 저질스러운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 생각밖에 떠오르질 않았다. 커다랗고 반짝이는 눈에 자연스러운 컬이 들어간 기다란 속눈썹, 오똑한 코와 빨간 입술, 한번 웃을 때마다 아기 천사가 옆에 떠다니는 게 아닌가 싶어 그는 눈을 비벼야했다. “그리고 몸도 겁나 좋아, 옷이 근육을 못 감당하는게 보인다니까?” “지금 말하는게 너가 일...
“도, 와-” 탕- 총소리가 울렸다. 천사를 쏴죽이면 지옥으로 떨어질까?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몸은 습관적으로 부츠에 묻은 피와 내장찌꺼기를 털어냈다. 원래 연한 베이지색이었던 어그 부츠는 이미 새까맣게 물든지 오래였지만 겨울을 견디기에는 충분해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도 다섯의 ‘천사’를 죽였다. ‘천사’는 5년 전 처음으로 나타났...
룸메이트가 죽었다. 사고로. 슬프지는 않았다.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구는게 짜증났기 때문이다. 3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 딸려있는 더 자그마한 화장실은 지독하게 자주 고장나는 손잡이를 가지고 있었다. 안에서 문을 닫고 다시 열기위해 문고리를 돌리면 중간에서 막혀 그대로 갇혀버리게 되었다. 밖에서는 열리기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구조요청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우...
[-넌 꼭 너같은 새끼 만나서 지지고 볶고 잘 살아라.] 전송완료. 읽음표시는 뜨지않았다. 하나는 온종일 쥐고있던 휴대폰을 힘없이 내려놓았다. 감정을 한차례 쏟아냈을 뿐인데 토악질이라도 한 것마냥 기운이 없었다. 방금까지 머릿속을 태울 듯 번쩍였던 분노와 원망은 갑자기 꺼져버린 불씨처럼 연기만이 자욱하게 남았다. 멍하니 작은 비행기창을 통해 우중충한 날씨...
불은 그의 집안 모든 것을 태우고 지독한 연기냄새와 새까만 그을림만을 놔두고 사라졌다. 그는 보험이 없었고, 애초에 화재 또한 그의 멍청한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에, 아무도 그를 동정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늘 멍청한 실수만을 반복했다. 처음 잡은 일터에선 중요한 거래처의 연락을 싸그리 말아먹고, 자잘하고 커다란 실수를 반복했다. 심지어 한번은 지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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